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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천문 이야기를, 그 밖에 과학 기술 등 관심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로그입니다. 제 분야 아닌 얘기도 종종 하겠군요. 좋은 의견 많이 나눠서 더 크고 더 넓은 세계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원글은  http://www.flower-wolf.com/percivallowell.htm 에 있었으나 2014.7.4일 현재 사이트가 폐쇄되어서, 임시로 이 블로그로 옮겨서 올림)

  

 

 

100여년 전 조선(朝鮮)조경(造景) 속으로 떠나는 정원여행

리뷰 : 내기억속의 조선, 조선사람들(퍼시벌 로웰 지음,조경철 옮김,예담출판)

 

 

100여년전 조선의 조경을 찾아 미국인 천문학자이며 여행가인 퍼시벌 로웰 Percival Lowell을 따라 정원여행을 떠나보자. 여행을 위해서는 로웰의 조선 방문기 "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조선, 조용한 아침의 나라)이 필요하다. 이 책은 천문학자인 조경철 선생의 적절하고 면밀한 번역을 통해 예담 출판사에서 2001년 11월 ‘내 기억 속의 조선, 조선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100여년전의 조선과 조선사람들을 과학자로서 섬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외국인들의 단편적인 여행기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조르주 뒤르크의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이 담고 있던 당시 서구열강의 제국주의적인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다.

 

 

로웰이 조선에 도착한 시기는 1883년 12월이다. 1883년은 한국인이 공식적으로 처음 미국에 건너간 해로 민영익, 홍영식, 유길준, 서광범, 고영철, 현흥택, 최경석, 변수 등으로 구성된 보빙사(조선의 특별 사절단)의 파견이 그것이었다. 로웰은 보빙사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고 그 보답으로 고종황제의 귀빈으로 그해 겨울 서울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로웰이 유길준,주경석,이시렴,김낙집,민영익,서광범,홍영식과 친분이 있었다는 것으로 그의 조선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짐작케한다. 로웰에 의해 재생된 100년전의 조선과 조선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생생해서 그의 눈을 통해 직접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아마도 우울할 것이라고 짐작했던 것보다 밝고 활기차기까지 하다. 그의 책을 꼼꼼하게 음미하며 되새겨보도록 하자.(위쪽 사진은 미국 보빙사 일행을 찍은 것으로 왼쪽 두 번째가 로웰이 아닐까 추측함)

 

이 책의 26장 ‘자연친화적인 조선의 조경’과 27장 ‘왕궁구경’에서 로웰은 조선의 조경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서양인의 눈에 생생하게 비친 조선의 조경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는데, 그는 “자연을 사랑하고 품안으로 맞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미의 극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웰은 극동(일본에 외교관으로 10년간 체류함)의 자연과 예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마치 조선의 선비들처럼 교양인으로서 예술에 대해 진지하고 높은 안목을 가지려고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조선의 풍경을 담아낸 조경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했으며 “극동의 예술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에서 영감을 끌어 낸다. 자연은 극동 예술이 추구하는 대상이며 따라서 이제까지 서양 예술에서 매우 경탄하며 연구해 온 예술과는 다르다.”(p.226)며 '자연친화적인 조선의 조경'에 관한 그의 생각을 풀어 내고 있다. (위쪽 사진은 책에 실린 '덕수궁 뒤에서 본 풍경')

로웰이 ‘극동 예술의 진기한 표본’인 조경(landscape)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라고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보아  그는 조경을 예술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선 조경의 특징을 ‘물의 정원’과 ‘바위 가꾸기’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 설명은 조선 조경의 표현 기법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통해 얻어진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에 눈에 비친 조선의 조경은 미에 대한 표현에 있어 “오묘한 그 무엇”과 “기괴하게 보이는 것”일 수 밖에 없을 그것을 조선인들의 “친근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로웰의 깊이있는 사색과 글쓰기의 맛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의 눈을 통해 본 조선의 조경은 여행가가 직접 일일이 대조해 가며 살펴보고 그 감상을 적어내었다고 믿어지며 그것은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고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선에서는 일본에서처럼 정원에 많은 손질을 가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일본은 일본 열도의 토양을 거의 인간의 손으로 가꾸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조선의 조경에는 이러한 인공적인 미 대신에 쇠퇴해 가는 자연의 장중함이 있다. 왜냐하면 훌륭한 정원의 석조물은 해가 지나면서 퇴락해 가는 데 이러한 모습이 정원 전체의 특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27장 p.239) (위쪽 사진은 책에 실린 '왕국의 모퉁이')

위 글에서 조선의 조경이라는 단어는 영어 원문(예담 출판사의 편집부에 근무하는 원미연씨가 확인해 주었음)에 따르면 ‘landscape’라고 한다.  따라서 ‘조선의 경관에는 이러한 이러한 인공적인 미 대신에 쇠퇴해 가는 자연의 장중함이 있다.’ 라고 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로웰이 본 것은 북한산의 승경이 아니었으며 조선사람들이 만들어 낸 왕궁의 정원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번역문 그대로 ‘조선의 조경’이라고 읽는 것이 보다 문맥이 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로웰의 조경양식에 대한 관심은 그가 보스턴에서 태어났고 뉴욕의 셑트럴파크를 조성한 옴스테드를 통해 조경이라는 단어를 이미 알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로웰은 조선의 조경의 특징을 일본과 비교해 ‘쇠퇴해 가는 자연의 장중함’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쇠퇴와 퇴락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 줄을 읽어 본다. (위쪽 사진은 '신궁의 뜰'이라는 제목의 사진임)

“왕국에는 화강암으로 둘러싸인 몇 개의 연못이 섬들과 어우러져 있다. 때로는 냇물이 흘러 그 위에 석교가 놓이기도 하는데 시간과 기후가 석교의 돌들을 균열시키고 틈을 만드는 가운데, 잡초와 잔디가 자라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p.239)

그것은 시간의 변화 속에서 살아 있는 경관의 흐름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한국의 조경미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웰은 decay라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역자는 쇠퇴, 퇴락이라고 번역하였다. decay의 뜻을 야후! 영어사전에서 보면 ‘1<물건이>썩다, 부패하다, 상하다(▶ 서서히 나빠지는 자연적인 변화를 뜻함); 『理』붕괴하다. ㆍ ∼ing vegetables 썩어가고 있는 야채. ’, ‘2<사람·사물이> (힘·건강·아름다움 등의 점에서) 쇠퇴하다, 저하하다, 쇠약하다, 시들다; 타락하다. ㆍ a ∼ing village쇠퇴하는 마을. ’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렇다면 퇴락하는 자연의 장중함 ‘decaying grandeur of nature’을 이해하는 것이 100년전 고종황제의 귀빈으로 조선의 조경을 이야기하는 로웰의 조경에 대한 생각을 읽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예담출판사는 기꺼이 원문을 제공하기로 하였기에 미처 출간되지 못한 부분을 계속해서 실어 보고자 한다.100년전이라는 시기는 미국에서도 조경이 시작된 때라는 점에서 그의 조경에 대한 생각을 읽는 것은 동시대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Copyright 2002 ⓒ Flower & Wolf  All rights reserved.




 

 

 

 

동영상을 하나 올려보자. 요새 소위 식자층이 많이 본다는 TED Talks 동영상 중 하나이다. 라임은 이런 거 있는지도 몰랐다가 어디 게시판에서 소개를 보고 알게 되었단... (그래, 라임은 식자층 아니란 -_-; 라임처럼 영어쥐약이어서... 라임만 쥐약? -_-;;; 암튼 영어 듣기에 문제가 있다면 아래 자막 보는 법에 대한 설명 참조)

요새 인터넷에서는 동영상이 몇십초 길이 이내여야 하고 1분 넘어가면 지루해 한단다. 그런데 TED Talks 동영상은 짧아야 3분 정도고 길면 20분이 넘어간다. 오늘 올린 것도 무려 17분 33초의 분량... 이렇게 길이부터 지루한 동영상이 어떻게 식자층이라는 사람들을 사로잡았을까?

 

간단히 소개를 하면 TED는 'Technology , Entertainment , Design'의 접합점을 찾을 목적으로 1984년부터 열려온 일종의 컨퍼런스이다. "퍼뜨릴 가치가 있는 생각들(Idea Worth Spreading)"이라는 표어 아래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과 저명 인사들이 연사로 나와 짧게는 3분에서 길게는 20분 이상 강연을 한다. 연사 중에는 빌 클린턴, 빌 게이츠, 엘 고어 외에 아마존이나 구글의 창업주도 있었다. 물론, 어디든 그렇듯이 업적보다는 언변으로 연사가 된 경우도 소수가 있으나 큰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이라는 다소 상이한 3개 영역이 강연의 주제가 되므로 강연 내용의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다. 입자 물리학자의 강연이 있는가 하면, 도시의 버려진 폐허 속에서 자신의 나신을 담은 사진으로 유명한 도올 김용옥의 딸 김미루(1981~)가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의 사진을 설명하기도 한다. 청중 역시 전문가면서 다양한 분야이기 때문에 강연 내용이 수준 높으면서도 특정 분야에 너무 전문적으로 치우치지 않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전문분야로건 취미로건 편하게 관심 가질 만 한 강연을 TED Talks에서 찾을 수 있다.

강연에 참가하려면 고액의 회비에 참가 인원도 제한 되어 예전에는 저런 명사들이 어떤 강연을 했는지 많은 관심에도 그 내용을 쉽게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2006년부터 자동차 회사 BMW 등이 후원해서 인터넷을 통해 강연 내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설명 만으로는 지루한 길이의 TED Talks 동영상이 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 알 수 없다. 직접 보는 수 밖에...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하는 동영상은 2004년 TED Talks에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1963~)이 한 강연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영국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심리)학자이다. 강연 시작 때 소개하는 2005년작 'Blink'를 포함한 사회(심리)학 관련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출간했으며, 2005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연례적으로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이 강연에서 스파게티 소스의 발명에 대해서 설명한다. 고매한 강연에 스파게티 소스 이야기라니?

인간의 미각과 취향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오늘날 그리 새로운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하워드 모스코위쯔(Howard Moskowitz)라는 정신물리학자(psychophysicist)가 새로운 스파게티 소스를 발명하던 1980년대까지는 아직 낯설은 생각이었다. (아래 종형 곡선에 대한 설명 참조) 말콤 글래드웰은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잘 정리된 강연을 통해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과학적인 통계 기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해 인간의 미각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고, 이에 의해 음식 문화와 식품산업에서 새로운 경향이 발생했으며, 결국 인간의 다양한 취향을 공평하게 즉 민주적으로 고려하도록 사회적 관념과 삶이 변화하여 오늘날에는 우리가 이를 당연하게까지 여기게 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과학 기술과 음식 문화 그리고 사회 변화가 어우러지는 이 강연은 'Technology , Entertainment , Design의 접목'이라는 TED가 추구하는 주제와도 잘 어울리는 것이다. 오늘의 동영상으로 올린 것도 이런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쉬운 설명과 함께 웃음이 끊이지 않던 이 강연은 인상적인, 강연에서의 표현으로 '아름다운' 교훈을 남기면서 끝을 맺는다.

 

"인류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틀림 없는 길이다"

(In embracing the diversity of human beings, we will find a sure way to true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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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 강연 듣기에 문제있다고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TED Talks 동영상은 자막도 잘 준비되어 있거든. 동영상 플레이어 아래쪽의 'View Subtitles'(자막 보기) 부분을 클릭하면 자막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영어 자막과 비교하면 한글 자막에 살짝 오류가 보이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 없다.

그것도 귀찮다면 아예 아래 링크를 클릭하길... 위 동영상의 한글 웹페이지가 열림.

 

http://www.ted.com/talks/lang/kor/malcolm_gladwell_on_spaghetti_sauce.html

 

 

 

* 강연 중 종형 곡선(Bell Curve)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고등학교 수학 시간 정도에 배운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 곡선을 의미한다. 19세기 최고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가우스(Karl Friedrich Gauss, 1777~1855)가 그 중요성을 강조해서 가우스 분포(Gaussian Distribution)라고도 알려져 있다.

정규분포에서는 평균 m을 중심으로 표준편차 σ와 분포수의 관계가 위 그림처럼 나타난다. 간단히 학교에서 몇십명을 대상으로 성적 분포를 조사해도 위 그림에 근접하는 분포를 얻을 수 있다. 초기 통계학에서는 통계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분포가 위 곡선에 근접해야 하며 아니라면 통계집단 선정 등에 오류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정규분포라는 명칭이 붙었다. 물론, 초기 통계학에서의 이런 맹신은 과도한 것이었으며, 후대에 '다양한' 통계분포가 알려지면서 고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하고 가장 일반적인 가치를 지닌 즉 normal한 통계분포이다.

이 강연에서도 1970년대까지는 사람들의 음식 맛에 대한 선호도가 종형곡선 즉 정규분포를 따라야하며 아니라면 통계를 측정하는 실험에 뭔가 오류가 있다고 믿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까지는 평균값 m에 해당하는 음식맛이 존재하고 그것이 완벽한 음식맛이라고 믿었으며,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평균값 m에 근접하는 음식맛을 찾는 것이 식품업계의 최우선 목표였던 것이다.

하워드 모스코위쯔의 업적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출발한다.

 


 

 

 

위 사진은 영화 '낮술'(Daytime Drinking, 2008)의 한 장면인데요, 얼마 전 답사 갔다가 차 안에서 누가 이 영화를 틀어주더라구요. 저 장면에서 뭐 떠오르는 게 있지 않나요? 바로 미떼 CF, 요새 가장 재밌는 CF로 꼽히는 그 스키장 사건 ^^

아닌 게 아니라 '낮술'의 주인공 송삼동이 미떼 CF에서 벙찐 표정의 오해남이었다는군요. 헤어스타일도 코믹하게 바꿨어요 ^^ 이 CF에는 요새 연예 프로그램에서 '국민할매'로 불리우는 김태원도 같이 출연했죠. 김태원이라면 한국 락밴드의 전설 '부활'의 리더면서 뛰어난 작곡가인데 어쩌다 저리 됐나요 ^^

암튼 송삼동도 대단하네요. 개그맨도 아니면서 어쩜 저렇게 역할에 딱 맞게 하는지 ^^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 2002)을 다소 소프트하면서도 (요새 말로)찌질한 분위기로 remake한다면? '낮술'은 바로 그런 걸 떠오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생활의 발견'이 장편에 나름 상업영화이면서도 단편 인디영화 분위기, 딱히 코메디는 아니면서도 괜히 웃기는, 그런 영화였잖아요. '낮술'도 꼭 그렇더라구요. 억지 코메디에 따라 웃는 것은 웃고 나서도 왠지 불편한데, '낮술'이 발견한 생활의 단편들은 자극 강도는 약하지만 편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

 

 

 

 

 

 

 

저런 제목으로 어떤 책 이름이 나오길 기대할까? 보통의 기대와는 다르게 내가 요새 읽는 책은 'Explanatory Supplement to the Astronomical Almanac'... 요사이 가방에 넣어두고 가끔씩(-_-) 읽는 책이다. 워낙 무거워서 빼놓고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무슨 내용의 책이냐면, 천체력(Astronomical Almanac) 발행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곳이 미해군천문대(US Naval Observatory. 예전에는 항해할 때 위치 파악을 천체 위치를 측정해서 했음)로, 이 미해군천문대에서 천체력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발행한 해설서 쯤이 되겠다.

 

원래는 1992년 발행된 이 책의 초판본을 10년 쯤 전에 구입했었다. 하지만, 거의 8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에 어려운 내용이 가득 있어(-_-) 볼 엄두를 못내고 있었지.

그런데, 얼마 전 '선덕여왕'이라는 TV드라마에서 신라시대에 중국에서 입수한 책력을 이용해 일식을 예측해서 통치 권위를 세우니 어쩌니 하는 내용이 나왔다는 거다. TV를 안보기 때문에 직접 본 내용은 아니지만, TV 드라마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니까 불현듯 '내가 일식을 계산해 본 적이 있던가?' 생각이 들었다.

그 10년 쯤 전에 우리나라 음력(=중국력)을 계산한다면서 태양과 달의 위치를 계산한다거나, 시험적으로 태양계 내 행성의 위치까지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돌려봤다거나 한 적은 있었다. 당시 S대 천문학과 모 교수님한테 관련해서 문의하러 갔다가, 고대 한반도 일식 계산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중인데 같이 해보지 않을련? 하는 은근한 제의(-_-)를 받기도 했지만, 내 일도 바빠 죽겠는데 남 교수님 프로젝트까지 해주냐 하면서 모른 척(-_-) 넘어가기도 했었거든.

그 교수님이 박창범 교수님이라는 분이셨는데, 이 프로젝트 결과로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일식 관측 기록이 한반도 내부에서 관측된 것이 아니라는 우리나라 고대사에 상당히 충격을 줄 수 있는 발표를 하셨더라고. 이에 역사학계는 외부에서 유입된 관측기록 아니냐는 반응이었고... 그 때 뵙기에도 학자적 신중함이 인상적이셨던 박창범 교수님은 이에 대한 해석은 역사학계에서 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하셨고... 그 교수님이 사용한 일식 계산 방식과 프로그램이 아래에 얘기하는 Meeus 책의 것이었는데, 내가 듣기로는 이 방법이 정확도가 떨어지는 종류였고 이 때문에 계산에 문제가 생겼던 것은 아닌가,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방식이라도 보정해서 정확도를 높이고 정확도를 검증할 방법도 있으니까 설마 그 신중한 학자 분이 그 정도도 안했겠냐 싶기도 하고... [나중에 이런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맨 아래 적음] 당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검증 삼아서 '나도 한 번 일월식 계산?' 하다가 귀차니즘 등등 때문에 넘어가 버렸었지. -_-;

그 사이에 달력과 역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글도 몇 개 적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많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가, TV드라마가 고대 달력과 역법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다루니까 저런 지난 일들이 새삼 떠올랐고, 답보 상태에 있는 달력과 역법에 대한 나의 활동에 뭔가 something new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10년 정도나 책꽂이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던(-_-) 이 책 'Explanatory Supplement...'를 끄집어낸 것이다. 근데 책도 크고 두껍지만, hardcover 본이라서 들고다니면서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우리집 관련 전단지 때문에 자주 왔다갔다 하던 복사집에 저 책을 축소-양면 복사해달라고 의뢰했다. 축소-양면 복사하는 일은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에 보통은 책 한권 정도면 안받아주지만 자주 왔다갔다 했다고 받아줬고, 며칠 후 받아보니까 미안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크기나 상태가 원하던 것 이상으로 아주 마음에 들게 만들어줬다. 오~ 넘 감사 ^^

그런데, 복사하니까 용지 차이 때문에 두께는 더 두꺼워졌지. 그럼 그걸 모두 들고다니냐? 물론 그럴 리가 없다 ^^ 문방구에서 서류 꼽는 커버를 사와 작게 잘랐고, 복사한 책 중 chapter 하나 분량(이 책이 chapter 단위로 내용이 다름)을 끼웠다. 그랬더니 가방에 들어가기 아주 적당하게 되더군. 하하 뿌듯뿌듯... ^^

근데 오랫만에 영어 원서를 읽으니까 영어 쥐약이 무지 힘든 거다. 알고 있던 간단한 종류의 단어도 이런 뜻이 있었던가 하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_-;;; 여기서 또 편리함을 주던 게 핸폰에 내장된 영어사전... 핸폰 내장이 뭐 쓸모 있을라디야 했구만 의외로 쓸만하다. 하하 뿌듯 x 2 ^^

 

그 즈음, 일식 계산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있는가 검색해 봤다. 근데 마땅한 것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뒤지다가 10년 전에 같이 구입했었던 'Astronomical Algorithms' 책, Jean Meeus가 지어서 이쪽 분야에서는 Meeus 책으로 알려진, 새 판이 나왔다길래 가지고 있던 것을 교체할 목적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간단히 보강된 내용도 있지만, 오탈자 교정이 많이 됐다더군. 이 책의 천체 위치 계산 방법이 10여년 전 내가 행성 위치 계산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고, 그 박창범 교수님도 이 책 혹은 이 책의 저자가 지은 일월식 계산에 대한 다른 책의 방법으로 일식을 계산했다. 나중에 이 방식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들었고... [나중에 이런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맨 아래 적음]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책도 주문했다. 'Fundamental Ephemeris Computations for Use with JPL Data'... 이 책은 천체 위치 계산에서 현재 가장 정밀도 높은 미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산하의 제트추진연구소(JPL, Jet Propulsion Laboratory)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에 대해 적은 것이다. 'Explanatory Supplement...'는 계산 방법은 설명하지만 직접 천체 위치를 계산할 수는 없는데, 이 책은 직접 천체 위치를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Explanatory Supplement...'를 읽고 기초를 쌓고, 최종적으로는 이 JPL 데이터를 사용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사용하게 될 JPL 데이터... 사실 지금이라도 이거 사용에 초점을 맞추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긴 하다. 그 사이 많이 잊긴 했지만 관련된 천문학적 지식이야 금방 되살릴 수 있고... 하지만, 기초를 확실하게 세운 상태에서 이걸 사용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난 김에 찾아보니 'Explanatory Supplement...'도 2005년에 새 판이 나오고 2006년에 paperback판이 나왔더군. 주문했다.

 

이 'Explanatory Supplement...' 배송에 8주쯤 걸린단다. 10년 전 구입할 때도 shipping이라고 정말 배로 보냈는지(-_-) 주문한지 두달 가까이 걸려서 도착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나보다 했지. 근데 의외로 1주일 좀 지나니까 도착했다. 다른 책들은 더 적은 배송비에 3~4일 만에 도착했지만 -_-; 어째건 8주보단 낫다면서 뿌듯하게 받았다.

근데, 받아서 보니까 새로운 paperback 본이 여전히 두껍긴 해도 크기가 작아 내 가방에 들어가긴 한다. 이런... 복사집 고생시켜가며 복사본 만든 것이 후회되어버림 -_-;;;

또 근데, 내용을 조금 훑어보다 이상해서 초판본과 비교해 봤다. 내용이 완전 똑같다. 어캐 요새처럼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1992년 지은 책을 2005년에도 하나도 내용을 안바꾸고 똑같이 발행할 수 있단 말이냐. 이렇게 무책임한 저자가 있다니... 배송비에 당시 환율로 14만원 가까운 책인데... 으아~ㄱ ㅠ.ㅠ

이쯤 되니까 새로 주문하지 말고, 그냥 복사집 복사본을 이용할껄, 내가 왜 아무 생각 없이 새책을 주문해버렸단 말이냐 하는 후회와 함께 뿌듯함이 낭패감으로 바뀌지 않았겠어? -_-;;;

후회막급하다가 그 책 홈페이지에서 오탈자 관련 부분을 다시 봤다. 그제서야 내가 이 책을 새로 주문한 까닭이 기억난 거다. 초판본에는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찾아서 교정할 수준이 넘었다. 새판본은 오탈자가 있긴 했지만(요새 같은 컴터 제판 시스템에서 오탈자 교정본 내놓는 것도 무지 간단할텐데 이놈의 무책임한 저자 -_-;) 찾아서 교정할 수준은 되더군. 그러니까 내가 이 책의 새판본을 주문할 때, 내용에 별 차이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오탈자가 많이 줄어든 것 때문에 주문했던 것이다.

이 기억이 떠오르자 후회가 가시고, paperback 새판본이 가방에 휴대할 정도 크기가 되는 것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괜히 복사집까지 고생시켜가며 초판본을 복사한 것이 후회됨 -_-;;;;;

 

하지만 살면서 이런 일도 있는 거지 하면서 새판본을 들고다니기로 했다. 그래도 무거운 책이라 일 있으면 빼놓고 다니는 경우도 많아서 문제긴 하다만, 어째건 자주 들고다녔더니 벌써 책이 상태가 좀 안좋네. 14마넌짜리 책을 마구 굴리다니 -_-;;;

 

*~~*

 

주변 사람들 중에 가끔 책을 내니 하는 얘기를 듣기 때문에, 나도 달력과 역법에 대한 책을 내볼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달력과 그 역사에 관심 있고 책을 낸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천체 위치를 계산해서 달력을 검증할 정도의 사람은 드물다. 내가 서양 달력을 이해하는데 많이 참고하는 '시간의 지도 : 달력'을 지은 영국사람도 관련된 지식은 많이 알고 있지만 천체 위치 계산을 이해할 정도로 천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한편으로, 천체 위치를 계산해서 천문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도 제법 있지만 그 중에서 달력과 그 역사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는 사람은 역시 드물다.

내가 그러니까 그 양쪽을 다 이해하는 상당히 드문 경우에 속하는 거다. 두가지 단점이 있긴 하다. 첫째는,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 비해 깊이가 얕다. 대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넓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어느 정도 지식 구조의 완결성을 갖는 책을 적기에는 알고 있는 지식에 조금씩 구멍이 있다는 거다. 다행히 이것은 책을 저술하는 과정 중 추가적으로 이뤄지는 자료 수집 과정에서 충분히 메워질 수 있는 정도다.

그 10년 전에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분야 전문가보다 더 잘 알기도 했고... 그 사이에 느릿느릿 나아가는 진도기는 했지만, 이해 구조가 더 튼튼해지고 풍성해졌고... 나보다 더 모르는 사람도 달력에 대한 책 잘만 내고 있고... 이러니 나도 책이나 한번? 이런 생각을 할 법 하겠지.

 

그런데, 확고한 이해 기반에서 그 가치가 나부터 흡족스러운 그런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전공 관련해서는 학교 다닐 때부터 잡지사에 기고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내 전공 지식을 이용해 책을 낼 기회도 몇 번 있었다. 날림 번역서보다야 당연히 나은 내용일텐데, 그걸 '뭔가...'하다가 결국 못냈지.

카메라를 배우면서도 이해 구조를 확고히 가지는데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시중에 나온 카메라에 대한 책을 보면서 '나도 이보다는 더 좋은 책 적을 수 있는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다가 '나보다 실력 있는 사람도 가만히 있자너'하면서 넘어가지. 그러고 보면, 이해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과 책을 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달력에 관한 책은 예전처럼 그대로 넘어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가다간 또 10년 걸리는 거 아니냐는 불길한 생각이? ^^;

 

*~~*

 

지식의 완결성... 사람마다 글을 적을 때 관점이 다르겠지만, 라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네이버 캐스트의 '오늘의 과학'... 내용도 관심 있고, 필자 중에 안면 있는 사람도 있고 해서 가끔 읽는다. 근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나름 쉽고 명료하게 적은 글인데도 밑에 리플을 보면 이해하는 사람은 제각각이다. 이렇듯, 내가 적은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내 글을 잘 이해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다. 하지만, 내 글이 전달하는 지식이 오류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내가 무슨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기 때문에 100% 무결한 글을 적을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적는 글의 대부분이 또 내 전문 분야도 아니다. 그러니, 오류를 피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가능한 한 오류를 줄이고 싶어하는 거다.

이런 지식의 완결성을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예를 들어보자. 이 글에 보면 "2004년 9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헬릭스 아트센터의 마호니 홀(Mahony Hall in The Helix)에서 있었던"이라는 아주 짧은 문구가 있다. 여기서 공연이 열린 The Helix가 뭐하는 곳인지 몇군데 검색해 보니까 극장이라느니 모호하게 기술되어 있는 거다. 확실히 알고 싶어서 The Helix 홈페이지를 찾아 가봤더니, The Helix는 단순한 극장이 아니라 일종의 복합 아트센터로 전시실도 있고 The Theatre라는 곳을 포함한 3개의 공연장을 가지고 있더군. 그럼 Celtic Woman 공연은 The Theatre 공연장에서 열렸기 때문에 The Helix 극장이라고 사람들이 적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확실히 나온 자료는 없었다. 결국 Celtic Woman 당시 공연실황을 담은 동영상을 구해 The Helix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공연장 소개 사진과 비교하고, 공연장 규모 등 다른 사실들을 종합해서 3개의 공연장 중 가장 큰 Mahony Hall에서 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The Helix에 대해서 모호하게 알면서 대충 여기저기의 글을 옮겨적었던 것이지.

 

그렇게 지식의 완결성 요건에 충종된 책을 적기 위해서는 열심히 다른 책을 읽고 자료도 조사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느 세월에 하냐고... -_-;;;;;

 

 

 

* 이 글을 적고 나서 최근에 NASA에서 고대부터 가까운 미래까지 일월식 지도를 제작 제공하는 NASA Eclipse Web Site를 들러보니까, 거기서는 Meeus와 그의 일월식 관련 저서의 도움을 받아서 일월식 지도를 만들었더군. NASA가 선택한 방법이라면 어느 정도 정밀도가 되다고 봐야하므로, Meeus의 방법이 내가 듣던 것보다 정밀도가 충분히 되는 모양!?!

 


 

 

 

 

이 사진은 APOD(Astronomy Picture of the Day) 사이트에 2002년9월26일 오른 것이다. APOD의 설명에는 비둘기 모양의 궤적운이라고 했는데, 우리 정서 때문인지 나에게는 눈 부시게 날아가는 봉황새처럼 보인다.

이 멋진 구름이 사실은 군용 미니트먼 로켓의 궤적운이라는 사실이 또 묘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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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 컴터 바탕화면으로 쓰던 사진으로 APOD(Astronomy Picture of the Day) 사이트에 2003년1월29일자 오른 사진...

오리온자리 삼태성 왼쪽 바로 아래 있는 유명한 말머리 암흑성운(Horsehead Nebula)을 찍은 것으로, 화면 왼쪽에 밝게 빛나는 별이 삼태성 중 맨 왼쪽별이다. 맨눈으로 이렇게 볼 수는 없지만, 말머리 성운은 비교적 간단한 장비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천체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무척 인기있다 (물론 이 멋진 사진은 몇천만원대 고급 천체망원경 및 촬영장비로 RGB 각 채널에 대해 몇십분씩 노출을 주고 찍은 것임 -_-)

 

이 사진... 색감도 좋지만 눈 부시게 빛나는 별빛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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