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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천문 이야기를, 그 밖에 과학 기술 등 관심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로그입니다. 제 분야 아닌 얘기도 종종 하겠군요. 좋은 의견 많이 나눠서 더 크고 더 넓은 세계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동영상을 하나 올려보자. 요새 소위 식자층이 많이 본다는 TED Talks 동영상 중 하나이다. 라임은 이런 거 있는지도 몰랐다가 어디 게시판에서 소개를 보고 알게 되었단... (그래, 라임은 식자층 아니란 -_-; 라임처럼 영어쥐약이어서... 라임만 쥐약? -_-;;; 암튼 영어 듣기에 문제가 있다면 아래 자막 보는 법에 대한 설명 참조)

요새 인터넷에서는 동영상이 몇십초 길이 이내여야 하고 1분 넘어가면 지루해 한단다. 그런데 TED Talks 동영상은 짧아야 3분 정도고 길면 20분이 넘어간다. 오늘 올린 것도 무려 17분 33초의 분량... 이렇게 길이부터 지루한 동영상이 어떻게 식자층이라는 사람들을 사로잡았을까?

 

간단히 소개를 하면 TED는 'Technology , Entertainment , Design'의 접합점을 찾을 목적으로 1984년부터 열려온 일종의 컨퍼런스이다. "퍼뜨릴 가치가 있는 생각들(Idea Worth Spreading)"이라는 표어 아래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과 저명 인사들이 연사로 나와 짧게는 3분에서 길게는 20분 이상 강연을 한다. 연사 중에는 빌 클린턴, 빌 게이츠, 엘 고어 외에 아마존이나 구글의 창업주도 있었다. 물론, 어디든 그렇듯이 업적보다는 언변으로 연사가 된 경우도 소수가 있으나 큰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이라는 다소 상이한 3개 영역이 강연의 주제가 되므로 강연 내용의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다. 입자 물리학자의 강연이 있는가 하면, 도시의 버려진 폐허 속에서 자신의 나신을 담은 사진으로 유명한 도올 김용옥의 딸 김미루(1981~)가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의 사진을 설명하기도 한다. 청중 역시 전문가면서 다양한 분야이기 때문에 강연 내용이 수준 높으면서도 특정 분야에 너무 전문적으로 치우치지 않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전문분야로건 취미로건 편하게 관심 가질 만 한 강연을 TED Talks에서 찾을 수 있다.

강연에 참가하려면 고액의 회비에 참가 인원도 제한 되어 예전에는 저런 명사들이 어떤 강연을 했는지 많은 관심에도 그 내용을 쉽게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다행히 2006년부터 자동차 회사 BMW 등이 후원해서 인터넷을 통해 강연 내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설명 만으로는 지루한 길이의 TED Talks 동영상이 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 알 수 없다. 직접 보는 수 밖에...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하는 동영상은 2004년 TED Talks에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1963~)이 한 강연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영국에서 태어난 캐나다인으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심리)학자이다. 강연 시작 때 소개하는 2005년작 'Blink'를 포함한 사회(심리)학 관련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출간했으며, 2005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연례적으로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이 강연에서 스파게티 소스의 발명에 대해서 설명한다. 고매한 강연에 스파게티 소스 이야기라니?

인간의 미각과 취향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오늘날 그리 새로운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하워드 모스코위쯔(Howard Moskowitz)라는 정신물리학자(psychophysicist)가 새로운 스파게티 소스를 발명하던 1980년대까지는 아직 낯설은 생각이었다. (아래 종형 곡선에 대한 설명 참조) 말콤 글래드웰은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잘 정리된 강연을 통해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과학적인 통계 기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해 인간의 미각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고, 이에 의해 음식 문화와 식품산업에서 새로운 경향이 발생했으며, 결국 인간의 다양한 취향을 공평하게 즉 민주적으로 고려하도록 사회적 관념과 삶이 변화하여 오늘날에는 우리가 이를 당연하게까지 여기게 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과학 기술과 음식 문화 그리고 사회 변화가 어우러지는 이 강연은 'Technology , Entertainment , Design의 접목'이라는 TED가 추구하는 주제와도 잘 어울리는 것이다. 오늘의 동영상으로 올린 것도 이런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쉬운 설명과 함께 웃음이 끊이지 않던 이 강연은 인상적인, 강연에서의 표현으로 '아름다운' 교훈을 남기면서 끝을 맺는다.

 

"인류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틀림 없는 길이다"

(In embracing the diversity of human beings, we will find a sure way to true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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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 강연 듣기에 문제있다고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TED Talks 동영상은 자막도 잘 준비되어 있거든. 동영상 플레이어 아래쪽의 'View Subtitles'(자막 보기) 부분을 클릭하면 자막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 영어 자막과 비교하면 한글 자막에 살짝 오류가 보이기도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 없다.

그것도 귀찮다면 아예 아래 링크를 클릭하길... 위 동영상의 한글 웹페이지가 열림.

 

http://www.ted.com/talks/lang/kor/malcolm_gladwell_on_spaghetti_sauce.html

 

 

 

* 강연 중 종형 곡선(Bell Curve)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고등학교 수학 시간 정도에 배운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 곡선을 의미한다. 19세기 최고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가우스(Karl Friedrich Gauss, 1777~1855)가 그 중요성을 강조해서 가우스 분포(Gaussian Distribution)라고도 알려져 있다.

정규분포에서는 평균 m을 중심으로 표준편차 σ와 분포수의 관계가 위 그림처럼 나타난다. 간단히 학교에서 몇십명을 대상으로 성적 분포를 조사해도 위 그림에 근접하는 분포를 얻을 수 있다. 초기 통계학에서는 통계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분포가 위 곡선에 근접해야 하며 아니라면 통계집단 선정 등에 오류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정규분포라는 명칭이 붙었다. 물론, 초기 통계학에서의 이런 맹신은 과도한 것이었으며, 후대에 '다양한' 통계분포가 알려지면서 고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하고 가장 일반적인 가치를 지닌 즉 normal한 통계분포이다.

이 강연에서도 1970년대까지는 사람들의 음식 맛에 대한 선호도가 종형곡선 즉 정규분포를 따라야하며 아니라면 통계를 측정하는 실험에 뭔가 오류가 있다고 믿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까지는 평균값 m에 해당하는 음식맛이 존재하고 그것이 완벽한 음식맛이라고 믿었으며,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평균값 m에 근접하는 음식맛을 찾는 것이 식품업계의 최우선 목표였던 것이다.

하워드 모스코위쯔의 업적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