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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천문 이야기를, 그 밖에 과학 기술 등 관심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블로그입니다. 제 분야 아닌 얘기도 종종 하겠군요. 좋은 의견 많이 나눠서 더 크고 더 넓은 세계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저런 제목으로 어떤 책 이름이 나오길 기대할까? 보통의 기대와는 다르게 내가 요새 읽는 책은 'Explanatory Supplement to the Astronomical Almanac'... 요사이 가방에 넣어두고 가끔씩(-_-) 읽는 책이다. 워낙 무거워서 빼놓고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무슨 내용의 책이냐면, 천체력(Astronomical Almanac) 발행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곳이 미해군천문대(US Naval Observatory. 예전에는 항해할 때 위치 파악을 천체 위치를 측정해서 했음)로, 이 미해군천문대에서 천체력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발행한 해설서 쯤이 되겠다.

 

원래는 1992년 발행된 이 책의 초판본을 10년 쯤 전에 구입했었다. 하지만, 거의 8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에 어려운 내용이 가득 있어(-_-) 볼 엄두를 못내고 있었지.

그런데, 얼마 전 '선덕여왕'이라는 TV드라마에서 신라시대에 중국에서 입수한 책력을 이용해 일식을 예측해서 통치 권위를 세우니 어쩌니 하는 내용이 나왔다는 거다. TV를 안보기 때문에 직접 본 내용은 아니지만, TV 드라마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니까 불현듯 '내가 일식을 계산해 본 적이 있던가?' 생각이 들었다.

그 10년 쯤 전에 우리나라 음력(=중국력)을 계산한다면서 태양과 달의 위치를 계산한다거나, 시험적으로 태양계 내 행성의 위치까지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돌려봤다거나 한 적은 있었다. 당시 S대 천문학과 모 교수님한테 관련해서 문의하러 갔다가, 고대 한반도 일식 계산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중인데 같이 해보지 않을련? 하는 은근한 제의(-_-)를 받기도 했지만, 내 일도 바빠 죽겠는데 남 교수님 프로젝트까지 해주냐 하면서 모른 척(-_-) 넘어가기도 했었거든.

그 교수님이 박창범 교수님이라는 분이셨는데, 이 프로젝트 결과로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일식 관측 기록이 한반도 내부에서 관측된 것이 아니라는 우리나라 고대사에 상당히 충격을 줄 수 있는 발표를 하셨더라고. 이에 역사학계는 외부에서 유입된 관측기록 아니냐는 반응이었고... 그 때 뵙기에도 학자적 신중함이 인상적이셨던 박창범 교수님은 이에 대한 해석은 역사학계에서 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하셨고... 그 교수님이 사용한 일식 계산 방식과 프로그램이 아래에 얘기하는 Meeus 책의 것이었는데, 내가 듣기로는 이 방법이 정확도가 떨어지는 종류였고 이 때문에 계산에 문제가 생겼던 것은 아닌가,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방식이라도 보정해서 정확도를 높이고 정확도를 검증할 방법도 있으니까 설마 그 신중한 학자 분이 그 정도도 안했겠냐 싶기도 하고... [나중에 이런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맨 아래 적음] 당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검증 삼아서 '나도 한 번 일월식 계산?' 하다가 귀차니즘 등등 때문에 넘어가 버렸었지. -_-;

그 사이에 달력과 역법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글도 몇 개 적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많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가, TV드라마가 고대 달력과 역법의 중요한 역할에 대해 다루니까 저런 지난 일들이 새삼 떠올랐고, 답보 상태에 있는 달력과 역법에 대한 나의 활동에 뭔가 something new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10년 정도나 책꽂이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던(-_-) 이 책 'Explanatory Supplement...'를 끄집어낸 것이다. 근데 책도 크고 두껍지만, hardcover 본이라서 들고다니면서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우리집 관련 전단지 때문에 자주 왔다갔다 하던 복사집에 저 책을 축소-양면 복사해달라고 의뢰했다. 축소-양면 복사하는 일은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에 보통은 책 한권 정도면 안받아주지만 자주 왔다갔다 했다고 받아줬고, 며칠 후 받아보니까 미안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크기나 상태가 원하던 것 이상으로 아주 마음에 들게 만들어줬다. 오~ 넘 감사 ^^

그런데, 복사하니까 용지 차이 때문에 두께는 더 두꺼워졌지. 그럼 그걸 모두 들고다니냐? 물론 그럴 리가 없다 ^^ 문방구에서 서류 꼽는 커버를 사와 작게 잘랐고, 복사한 책 중 chapter 하나 분량(이 책이 chapter 단위로 내용이 다름)을 끼웠다. 그랬더니 가방에 들어가기 아주 적당하게 되더군. 하하 뿌듯뿌듯... ^^

근데 오랫만에 영어 원서를 읽으니까 영어 쥐약이 무지 힘든 거다. 알고 있던 간단한 종류의 단어도 이런 뜻이 있었던가 하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_-;;; 여기서 또 편리함을 주던 게 핸폰에 내장된 영어사전... 핸폰 내장이 뭐 쓸모 있을라디야 했구만 의외로 쓸만하다. 하하 뿌듯 x 2 ^^

 

그 즈음, 일식 계산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있는가 검색해 봤다. 근데 마땅한 것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뒤지다가 10년 전에 같이 구입했었던 'Astronomical Algorithms' 책, Jean Meeus가 지어서 이쪽 분야에서는 Meeus 책으로 알려진, 새 판이 나왔다길래 가지고 있던 것을 교체할 목적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간단히 보강된 내용도 있지만, 오탈자 교정이 많이 됐다더군. 이 책의 천체 위치 계산 방법이 10여년 전 내가 행성 위치 계산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고, 그 박창범 교수님도 이 책 혹은 이 책의 저자가 지은 일월식 계산에 대한 다른 책의 방법으로 일식을 계산했다. 나중에 이 방식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들었고... [나중에 이런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맨 아래 적음]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책도 주문했다. 'Fundamental Ephemeris Computations for Use with JPL Data'... 이 책은 천체 위치 계산에서 현재 가장 정밀도 높은 미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산하의 제트추진연구소(JPL, Jet Propulsion Laboratory)의 데이터를 사용하고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에 대해 적은 것이다. 'Explanatory Supplement...'는 계산 방법은 설명하지만 직접 천체 위치를 계산할 수는 없는데, 이 책은 직접 천체 위치를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Explanatory Supplement...'를 읽고 기초를 쌓고, 최종적으로는 이 JPL 데이터를 사용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사용하게 될 JPL 데이터... 사실 지금이라도 이거 사용에 초점을 맞추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긴 하다. 그 사이 많이 잊긴 했지만 관련된 천문학적 지식이야 금방 되살릴 수 있고... 하지만, 기초를 확실하게 세운 상태에서 이걸 사용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난 김에 찾아보니 'Explanatory Supplement...'도 2005년에 새 판이 나오고 2006년에 paperback판이 나왔더군. 주문했다.

 

이 'Explanatory Supplement...' 배송에 8주쯤 걸린단다. 10년 전 구입할 때도 shipping이라고 정말 배로 보냈는지(-_-) 주문한지 두달 가까이 걸려서 도착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나보다 했지. 근데 의외로 1주일 좀 지나니까 도착했다. 다른 책들은 더 적은 배송비에 3~4일 만에 도착했지만 -_-; 어째건 8주보단 낫다면서 뿌듯하게 받았다.

근데, 받아서 보니까 새로운 paperback 본이 여전히 두껍긴 해도 크기가 작아 내 가방에 들어가긴 한다. 이런... 복사집 고생시켜가며 복사본 만든 것이 후회되어버림 -_-;;;

또 근데, 내용을 조금 훑어보다 이상해서 초판본과 비교해 봤다. 내용이 완전 똑같다. 어캐 요새처럼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1992년 지은 책을 2005년에도 하나도 내용을 안바꾸고 똑같이 발행할 수 있단 말이냐. 이렇게 무책임한 저자가 있다니... 배송비에 당시 환율로 14만원 가까운 책인데... 으아~ㄱ ㅠ.ㅠ

이쯤 되니까 새로 주문하지 말고, 그냥 복사집 복사본을 이용할껄, 내가 왜 아무 생각 없이 새책을 주문해버렸단 말이냐 하는 후회와 함께 뿌듯함이 낭패감으로 바뀌지 않았겠어? -_-;;;

후회막급하다가 그 책 홈페이지에서 오탈자 관련 부분을 다시 봤다. 그제서야 내가 이 책을 새로 주문한 까닭이 기억난 거다. 초판본에는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찾아서 교정할 수준이 넘었다. 새판본은 오탈자가 있긴 했지만(요새 같은 컴터 제판 시스템에서 오탈자 교정본 내놓는 것도 무지 간단할텐데 이놈의 무책임한 저자 -_-;) 찾아서 교정할 수준은 되더군. 그러니까 내가 이 책의 새판본을 주문할 때, 내용에 별 차이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오탈자가 많이 줄어든 것 때문에 주문했던 것이다.

이 기억이 떠오르자 후회가 가시고, paperback 새판본이 가방에 휴대할 정도 크기가 되는 것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괜히 복사집까지 고생시켜가며 초판본을 복사한 것이 후회됨 -_-;;;;;

 

하지만 살면서 이런 일도 있는 거지 하면서 새판본을 들고다니기로 했다. 그래도 무거운 책이라 일 있으면 빼놓고 다니는 경우도 많아서 문제긴 하다만, 어째건 자주 들고다녔더니 벌써 책이 상태가 좀 안좋네. 14마넌짜리 책을 마구 굴리다니 -_-;;;

 

*~~*

 

주변 사람들 중에 가끔 책을 내니 하는 얘기를 듣기 때문에, 나도 달력과 역법에 대한 책을 내볼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달력과 그 역사에 관심 있고 책을 낸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천체 위치를 계산해서 달력을 검증할 정도의 사람은 드물다. 내가 서양 달력을 이해하는데 많이 참고하는 '시간의 지도 : 달력'을 지은 영국사람도 관련된 지식은 많이 알고 있지만 천체 위치 계산을 이해할 정도로 천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한편으로, 천체 위치를 계산해서 천문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도 제법 있지만 그 중에서 달력과 그 역사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는 사람은 역시 드물다.

내가 그러니까 그 양쪽을 다 이해하는 상당히 드문 경우에 속하는 거다. 두가지 단점이 있긴 하다. 첫째는,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 비해 깊이가 얕다. 대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넓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어느 정도 지식 구조의 완결성을 갖는 책을 적기에는 알고 있는 지식에 조금씩 구멍이 있다는 거다. 다행히 이것은 책을 저술하는 과정 중 추가적으로 이뤄지는 자료 수집 과정에서 충분히 메워질 수 있는 정도다.

그 10년 전에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분야 전문가보다 더 잘 알기도 했고... 그 사이에 느릿느릿 나아가는 진도기는 했지만, 이해 구조가 더 튼튼해지고 풍성해졌고... 나보다 더 모르는 사람도 달력에 대한 책 잘만 내고 있고... 이러니 나도 책이나 한번? 이런 생각을 할 법 하겠지.

 

그런데, 확고한 이해 기반에서 그 가치가 나부터 흡족스러운 그런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전공 관련해서는 학교 다닐 때부터 잡지사에 기고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내 전공 지식을 이용해 책을 낼 기회도 몇 번 있었다. 날림 번역서보다야 당연히 나은 내용일텐데, 그걸 '뭔가...'하다가 결국 못냈지.

카메라를 배우면서도 이해 구조를 확고히 가지는데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시중에 나온 카메라에 대한 책을 보면서 '나도 이보다는 더 좋은 책 적을 수 있는데'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다가 '나보다 실력 있는 사람도 가만히 있자너'하면서 넘어가지. 그러고 보면, 이해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과 책을 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달력에 관한 책은 예전처럼 그대로 넘어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가다간 또 10년 걸리는 거 아니냐는 불길한 생각이? ^^;

 

*~~*

 

지식의 완결성... 사람마다 글을 적을 때 관점이 다르겠지만, 라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네이버 캐스트의 '오늘의 과학'... 내용도 관심 있고, 필자 중에 안면 있는 사람도 있고 해서 가끔 읽는다. 근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나름 쉽고 명료하게 적은 글인데도 밑에 리플을 보면 이해하는 사람은 제각각이다. 이렇듯, 내가 적은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내 글을 잘 이해하기를 바라지도 않고 바랄 수도 없다. 하지만, 내 글이 전달하는 지식이 오류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내가 무슨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기 때문에 100% 무결한 글을 적을 수는 없다. 그리고, 내가 적는 글의 대부분이 또 내 전문 분야도 아니다. 그러니, 오류를 피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가능한 한 오류를 줄이고 싶어하는 거다.

이런 지식의 완결성을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예를 들어보자. 이 글에 보면 "2004년 9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헬릭스 아트센터의 마호니 홀(Mahony Hall in The Helix)에서 있었던"이라는 아주 짧은 문구가 있다. 여기서 공연이 열린 The Helix가 뭐하는 곳인지 몇군데 검색해 보니까 극장이라느니 모호하게 기술되어 있는 거다. 확실히 알고 싶어서 The Helix 홈페이지를 찾아 가봤더니, The Helix는 단순한 극장이 아니라 일종의 복합 아트센터로 전시실도 있고 The Theatre라는 곳을 포함한 3개의 공연장을 가지고 있더군. 그럼 Celtic Woman 공연은 The Theatre 공연장에서 열렸기 때문에 The Helix 극장이라고 사람들이 적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확실히 나온 자료는 없었다. 결국 Celtic Woman 당시 공연실황을 담은 동영상을 구해 The Helix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공연장 소개 사진과 비교하고, 공연장 규모 등 다른 사실들을 종합해서 3개의 공연장 중 가장 큰 Mahony Hall에서 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The Helix에 대해서 모호하게 알면서 대충 여기저기의 글을 옮겨적었던 것이지.

 

그렇게 지식의 완결성 요건에 충종된 책을 적기 위해서는 열심히 다른 책을 읽고 자료도 조사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느 세월에 하냐고... -_-;;;;;

 

 

 

* 이 글을 적고 나서 최근에 NASA에서 고대부터 가까운 미래까지 일월식 지도를 제작 제공하는 NASA Eclipse Web Site를 들러보니까, 거기서는 Meeus와 그의 일월식 관련 저서의 도움을 받아서 일월식 지도를 만들었더군. NASA가 선택한 방법이라면 어느 정도 정밀도가 되다고 봐야하므로, Meeus의 방법이 내가 듣던 것보다 정밀도가 충분히 되는 모양!?!